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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월화인의 세대공감 &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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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천황과 황제 헌원

by 釣月畵人 2023. 9. 1.

치우는 기원전 2749년 배달국의 도읍 신불(神市)에서 아버지 치우부(蚩尤父)의 맏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치우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났습니다.

치우는 글과 무기를 함께 익히는 수련을 쌓았습니다.

치우는 동굴에서 두 무릎을 꿇고 하늘과 하나 되는 앉음새로 벽을 마주보고 앉아 몸과 힘, 마음을 갈고닦았습니다.

마침내 치우천황은 하늘땅이 무너져도 번뇌를 끊어내고 조용히 빛나는 마음으로 한 생명이라는 도를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기원전 2707년 사와라천황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배달국은 3사(師) 5사(事) 5가(加) 및 각 종장대표가 모인 족장 화백회의(和白會議)에서 치우를 14대 천황으로 받들어 모셨습니다.

배달한국의 왕위 계승은 적자 세습제가 아니었습니다.

황태자가 다음 왕위를 이어받을 권리를 갖고 있었지만 자격 미달이거나 나라의 안녕을 위해 알맞은 사람이 나타나면 그를 새로운 임금으로 모셨습니다.

염제 신농의 어머니 강씨가 보낸 사자의 보고가 천황궁에 날아들면서 긴급회의가 열렸습니다.

뜻밖의 소식을 들은 신하들은 바짝 긴장했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따져보니 이번 사건은 자주 일어났던 충돌이 아니라 헌원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반란으로 결론지었습니다.

그렇게 치우천황과 헌원의 기나긴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헌원의 아들 소호는 토성 위에 돌멩이를 쌓아놓고 투석전을 벌였으나 치우천황군의 강한 활을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투석병(投石兵)들이 화살에 맞아 쓰러지자 치우천황은 예과와 옹호창을 휘둘러 토성을 점령했습니다.

새하얗게 질린 소호는 홀로 달아나 웅이산에서 쉬는 아버지 헌원에게 애원했습니다.

“아버지! 저들은 신이 보낸 군사들이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저희는 그만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헌원은 얼굴이 누르락푸르락했습니다.

성이 머리끝까지 나서 돌창을 들어 아들을 찌르려고 했습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느냐! 너 같은 겁쟁이는 필요 없다!”

소호가 몸을 움츠리고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헌원이 아들을 죽이려는 순간, 곁에 있던 풍후(風后)가 재빨리 돌창을 잡아챘습니다.

헌원의 손에서 창을 빼앗아 던지더니 땅에 엎드려 아뢰었습니다.

산꼭대기에 올라 헌원의 진을 살피고 돌아온 치우천황은 작전 명령을 내렸습니다.

“치우율(蚩尤律)은 곧장 상류에 가서 이천 여명의 군사가 탈 만한 뗏목을 마련해라. 치우시(蚩尤柴)는 내일 아침 뗏목을 타고 강을 가로질러 내려오면서 곰 군단이 있는 헌원의 서쪽 진지에 불화살을 쏘아라. 형요(形夭)는 곧 군사 칠백 명을 데리고 하류를 건너 율구(蔚丘) 골짜기에 숨었다가 내일 늦은 밤 황토인들이 잠을 자려 하거든 불을 지르고 공격해라.”

명령을 받은 장수들은 저마다 전쟁터로 떠나갔습니다.

이튿날 아침, 치우시가 거느린 이천 여명의 뗏목군이 상류에서 물살을 따라 서서히 내려갔습니다.

헌웢의 황토인들은 대뜸 쇠뇌를 갖다 놓고 치우시 군단이 강을 건너오면 쏘려고 숨을 죽인 채 벼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뗏목군은 강을 건너지 않고 강을 가로질러 내려왔습니다.

헌원의 곰 떼가 있는 진지가 가까워지자 뗏목군은 불화살을 쏘아댔습니다.

서북풍을 타고 휭휭! 불화살은 멀리멀리 날아가 곰 군단 진지에 확확 내리꽂혔습니다.

수많은 곰이 우글거리는 진지에 불이 활활 타올랐습니다.

불길은 바람을 타고 옮겨 붙기 시작했습니다.

몸에 불이 붙은 곰들이 울부짖으니 하늘땅이 뒤흔들렸습니다.

헌원은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빨리 불을 꺼라! 어서 불을 꺼!”

불속에서 허둥지둥 빠져나온 황토인들 앞에 큰 방패와 도끼를 든 장수가 군사를 거느린 채 길을 막았습니다.

치우천황 군의 장수 형요가 하늘땅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 형요가 너희를 기다린 지 오래됐다. 헌원은 당장 목을 내놓아라.”

황토인들은 사납게 생긴 형요를 보자 땅바닥에 엎드려 빌고 또 빌었습니다.

“너희들은 죄가 없다. 죄인 헌원이 나오면 너희들 목숨은 살려주마.”

그때 소호가 까맣게 타버린 시체를 내놓으며 목 놓아 울었습니다.

형요가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냐?”

“저는 헌원의 아들 소호입니다.”

“흠, 저 시체는 누구냐?”

“저의 아버지 헌원입니다.”

“참으로 헌원이란 말이냐? 아버지를 구하지 못한 네놈은 용서할 수가 없구나.”

헌원의 장수 풍후가 눈물을 흘리며 엎드린 채 말했습니다.

“헌원께서는 스스로 불속에 뛰어들어 돌아가셨습니다.”

인자한 형요는 가여워서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길을 열어주어라.”

황토인들은 시체를 어깨에 지고 재빨리 달아났습니다.

이 속에 교활한 헌원이 섞여서 달아난 것을 형요는 몰랐습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도망 친 헌원은 복수를 위한 칼을 갈았습니다.

치우천황의 안개 전술을 깰 수 있는 지남차라는 신무기도 만들어 훈련했습니다.

헌원 군단이 또다시 중원을 향해 쳐들어왔습니다.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습니다.

소호는 보병을 거느리고, 웅룡(熊龍)은 큰 코끼리를 타고 맹수들을 지휘했습니다.

헌원은 현녀와 함께 누런색 가마를 타고 중심 부대 속에 있었습니다.

풍후는 지남거를 타고 병거를 이끌었습니다.

헌원의 막내아들 창의는 쇠뇌를 쏘는 사수들을 거느리고 뒤따랐습니다.

그러나 헌원만 신무기를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치우천황도 대나무를 둥글게 엮은  대알이라는 무기를 만들었습니다.

헌원의 군대가 탁록 벌판으로 몰려 왔습니다.

궁수들 다섯이 하나가 되어 대알 속에 들어갔습니다. 치우율은 다시 진격 명령을 내렸습니다.

“발을 맞추어 나아가라! 적이 가까이 오면 쏘아라!”

대알 부대는 쳐들어오는 적을 향해 용감하게 나아갔습니다.

거침없이 달려오던 맹수군대들은 크고 둥근 대알이 뒤뚱뒤뚱 굴러오자 꼬리를 내리고 쳐다만 보았습니다.

지남거를 타고 병거를 이끌던 풍후도 굴러오는 대알을 보자 어리둥절했습니다.

큰 대알이 벌판을 따라 널리 퍼지며 가까이 굴러오자 그 속에서 화살이 날아왔습니다.

화살을 맞고 맹수는 괴성을 지르며 달아났습니다.

병거를 끄는 말들이 화살에 맞아 고꾸라지니 와장창 내려앉고 말았습니다.

병거에 탔던 장수들은 바퀴에 뭉개지고 말굽에 짓밟혀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얼이 빠진 풍후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후퇴한다! 후퇴하라! 어서 후퇴하라!”

수년 동안 훈련된 병거 부대는 재빨리 움직여도 어긋남이 없었습니다.

웅룡과 맹수들도 질서 있게 물러났습니다.

대알 부대는 헌원 군단의 병거 부대와 맹수 부대를 뒤쫓을까 했지만 날이 저물어서 그냥 되돌아왔습니다.

그날 밤 치우천황이 중군의 병영으로 치우율을 불러들여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찌 대알을 만들어 맹수와 병거에 맞설 생각을 했는가? 오늘 대알 작전은 매우 훌륭했다.”

치우율이 엎드려 대답했습니다.

대알 부대에게 대패한 헌원은 은밀하게 병사들을 모아서 복수 할 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치우시는 과보와 형요를 내세워 정병을 거느리고 여곡으로 쳐들어갔습니다.

이미 과보의 냄새를 맡고 눈치 챈 웅룡이 진흙탕에 들어가 온몸을 새까맣게 만들었습니다.

소호는 군사들을 으슥한 숲 속에 숨어들게 하고, 응륭은 길옆에 팔짱을 낀 채 돌 위에 걸터앉았습니다.

털에 묻은 진흙이 말라서 꼭 커다란 바위처럼만 보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치우천황은 그 바위를 스치면서 지나갔습니다.

어쩌다 군사들이 몇몇이 바위에 오줌을 누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바위인 척 웅룡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치우시가 바위 앞을 스쳐 지나치자 웅룡이 재깍 낚아채서 숲속에 던졌습니다.

숲에 숨어 있던 헌원의 군사들이 재빨리 치우시를 묶었습니다.

그와 함께 사방의 으슥한 숲 속에서 헌원 군단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치우천황군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바위가 대장을 낚아채서 숲으로 던진 줄은 몰랐습니다.

숲 속에서 쏟아져 나온 황토인들이 대장을 잃은 치우천황군을 처참하게 죽여 갔습니다.

그때 치우천황은 여곡으로 군대를 보낸 뒤 마음이 뒤숭숭했습니다.

하군대장 치우건에게 오백 명의 궁수를 주어 후군을 뒤따라가 돕도록 일렀습니다.

치우건 부대는 우림곡 밑에서 헌원 군단에게 밀려나 달아나던 치우시 군사들을 만났습니다.

“전투 상황은 어떤가? 왜 너희들뿐이냐? 치우시 대장과 과보, 형요는 어찌 되었느냐?”

군사들이 우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치우시 대장님은 소리 없이 사라지셨고, 과보 장군과 형요 장군은 저희도 모르옵니다.”

치우건은 그들과 함께 주위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나아갔습니다.

때마침 웅룡이 숲 속에서 뒷다리를 절뚝거리며 나오다가 치우건 군대와 마주쳤습니다.

치우건이 주먹을 쥐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습니다.

“재수 없는 괴물 곰 같으니! 내 화살 맛이나 좀 보아라!”

치우건은 화살을 활시위에 대고 활을 휭! 쏘았습니다.

웅룡은 날아오는 화살을 가볍게 받아서 분질러버렸습니다.

치우건이 다시 화살을 활시위에 걸고 휭! 날려 보냈습니다.

웅룡은 아주 쉽게 받아서 부러트렸습니다.

웅룡이 두 번째 화살을 꺽는 순간 치우건은 강한 화살을 날렸습니다.

세 번째 화살은 웅룡의 가슴에 깊숙이 박혀 심장을 꿰뚫고 등으로 나왔습니다.

치우천황은 전군에 명령을 내렸습니다.

“오늘밤 이곳에 큰비가 내린다. 모든 군사들은 들어라. 오늘 밤 안으로 진지를 높은 데로 옮겨라. 오늘 밤에 진지를 옮기지 못하면 내일 우리가 돌아가기 어렵게 된다. 서둘러라.”

군사들은 내일 집에 돌아간다는 희망에 힘이 솟았습니다.

순식간에 높은 곳으로 진지를 옮겼습니다.

이윽고 풍백이 바람을 부르고 우사가 비를 내렸습니다.

세차게 불어치는 바람은 사방의 기운을 다 휩쓸어 버리고 장대비가 콸콸 쏟아져 내렸습니다.

치우천황군은 밤새 투구에 빗물을 받아 마시며 고향 노래를 불렀습니다.

밤이 새도록 쏟아진 폭우에 여곡 둑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둑을 지키던 소호의 쇠뇌 쏘는 사수들이 둑과 함께 흙탕물 속에 떠내려갔습니다.

좌림곡에서는 밤사이 일어난 물난리로 헌원과 군사들이 식량과 무기를 버려둔 채 냄비와 수저를 챙기고 산 위에 올라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헌원 군단은 식량과 무기를 몽땅 잃었으니 싸울 엄두조차 못 냈습니다.

그렇게 양군은 홍수에 발이 묶인 채 꼼짝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치우천황은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 붉은 옷을 입은 치우시와 형요가 나타났습니다.

머리 없는 형요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형오는 옷을 벗은 채 도끼와 방패를 들고 춤추면서 치우천왕에게 다가왔습니다.

머리는 없으나 두 젖꼭지는 눈이 되고 배꼽은 입이 되어 말을 했습니다.

“폐하, 형요 인사드리옵니다.”

치우천황이 물었습니다.

“장군, 지금 어디에 있나?”

“제 몸은 기주에 있고 머리는 상양산에 묻혀 있습니다.”

“상양산이 어딘가? 장군.”

“헌원의 뒷동네에 있습니다.”

“어째서 춤을 추고 있나?”

“폐하께서 얼마 전 부리 음악과 풍년 노래를 지으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음악을 만들고 풍년 노래를 지었으나 춤추는 법을 만들지 못한 채 전쟁을 겪었습니다. 이렇게나마 폐하 앞에서 춤을 추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지 모릅니다.”

치우천황은 형요를 한참 부르다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치우천황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치우천황은 얼굴은 무겁고 그늘이 져 있었습니다.

치우천황은 공관(工官)에게 어젯밤 꿈에 과보가 말한 대로 북을 만들도록 일렀습니다.

며칠이 지나 북 양쪽에는 뱀 몸에 사람 머리의 신수(神獸)를 그려서 만든 북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악공이 울려보니 그 소리가 오백 리까지 들렸습니다.

악공은 다시 부리 음악에 맞추어 북을 울려보았습니다.

그런데 머리 없는 귀신이 옷을 벗은 채 도끼와 방패를 들고 춤추는 걸 보고 악공이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탁록 대전 이후 치우천황은 먼저 소호군과 다시 싸웠습니다.

치우천황은 큰 안개를 일으켜 적의 군사들을 곤란에 빠트렸습니다.

더구나 치우천황은 ‘구야’(九冶)라 불리는 특수 기술 부대를 키워서 전쟁터에 데려갔습니다.

구리와 쇠를 마치 엿 다루듯이 하던 부대였습니다.

치우천왕은 금속기술로 다져진 ‘구야(九冶) 부대를 활용, 대기의 뜨거움과 차가움으로 큰 안개를 일으켰습니다.

마침내 소호군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강력하고 세련된 금속 무기를 갖춘 구군(九軍)은 소호군이 맞설 만한 군대가 아니었습니다.

소호군이 무너졌지만 헌원은 꿋꿋이 들고일어났습니다.

겁을 모르는 헌원에게 치우천황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마침내 치우천황은 다시금 군사를 일으켰습니다

전쟁에서 늘 이겼지만 치우천황은 여곡에서 많은 군사와 장수를 잃었던 기억이 마음속 상처가 되어 얼굴을 펴는 때가 거의 없었습니다.

치우천황은 결국 화병으로 자리에 앓아누웠습니다.

이듬해 칠월 치우천황의 병이 더욱 나빠지자 아들들과 장군들이 모였습니다.

치우천황은 이어서 큰 아들 특명(特明)을 불러 일렀습니다.

“내가 죽고 나면 이곳에는 우리 고향 땅에서 겨울 정사를 하실 분이 오시게 되어 있다. 그 어른이 오시면 너는 종족을 거느리고 남방으로 내려가 가을 정사를 하여라. 난리를 평정하는 것도 가을 정사 중 하나다. 헌원이 살아있을 동안은 늘 전쟁에 눈을 뜨고 대비해야 한다. 게으름 피지 말고 늘 원리원칙을 지켜라.”

“명심하여 받들겠나이다.”

특명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날 밤, 치우천황은 조용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위 109년 151세로 치우천황은 영원히 눈을 감았습니다.

치우천황이 죽자 백성들은 부모를 잃은 것처럼 슬퍼했습니다.

모든 음악을 끊고 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가을에 백성들은 치우천황릉을 공상 북쪽 양산박(梁山泊)에 모셨습니다.

높이는 칠장이나 되었습니다.

치우천황의 뒤를 이어 아들 치우특명(特明)이 왕위에 오르니, 배달국 제15대 치액특(蚩額特)천황이었습니다.

-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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