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처녀가 있었는데 베 짜는 재주가 참 용했다.
용해도 보통으로 용한 게 아니라, 이건 참 귀신보다 더 용했다.
하루아침에 삼베 열두 필을 짜는데, 삼을 베다가 껍질을 벗겨서 삼을 삼아 꾸리를 감고, 삼실을 날고 매어서 베틀에 걸어 짤깍짤깍 열두 필을 눈 깜짝할 사이에 짜낸단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짜 놓은 삼베가 보푸라기 하나 없이 매끈하니 더 놀랍게도 귀신인들 이 재주를 따라올 수가 없었다.
이 처녀가 과년하여 신랑감을 구하는데, 처녀처럼 재주 많은 사람이 아니면 시집을 안 가겠다고 하니, 세상에 그만한 재주를 가진 신랑감이 어디 흔하겠는가? 처녀 아버지가 생각다 못해 방을 써서 내 걸었어.
"우리 딸은 하루아침에 베 열두 필을 짜는 재주가 있으니 누구든지 이에 맞먹는 재주를 가진 총각이면 우리 딸에게 장가를 들라." 이렇게 고을마다 방을 내걸어 놨더니 한 총각이 찾아와서,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하루아침에 열두 칸짜리 기와집을 짓는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이 댁 따님 재주와 맞먹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어디 한 번 솜씨를 보여 달라고 했다.
이 총각이 기와집을 짓기 시작하는데, 참 보통 재주가 아니야.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다 지게에 지고 와서, 톱으로 잘라 대패로 밀고 자귀로 다듬어 먹줄을 탁탁 튀겨 놓고, 뚝딱뚝딱 귀를 맞추어 금세 열두 칸짜리 기와집을 번듯하게 지어 놓았다.
처녀 아버지는 이 신기한 재주에 감탄해서 두말하지 않고 딸을 시집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딸이 기와집을 찬찬히 둘러보더니 방문 하나에 문설주가 거꾸로 맞추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하루아침에 열두 칸짜리 기와집을 짓는 재주는 놀라우나 문설주 하나를 거꾸로 맞추어 놓았으니, 이렇게 흠 있는 재주로서야 어디 저의 배필이 되겠습니까?" 이러는 것이었다.
시집갈 처녀가 마다하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처녀 아버지도 하는 수 없이 총각을 내보냈다.

그러고 나서 한참 뒤에 또 한 총각이 찾아와서,
"저는 하루아침에 벼룩을 석 섬 서 말 잡아서 모두 코를 꿰어 말뚝에 매어 놓는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사위로 삼을 만하지 않습니까?" 벼룩을 잡아서 코를 꿰는 재주를 어디에 쓰나 싶었지만, 그것도 재주는 재주 인지라 어디 한번 해보라 했다.
그랬더니 이 총각이 이 방 저 방 다니면서 단숨에 벼룩을 석 섬 서 말이나 잡아 가지고, 하나하나 코를 뚫어 실로 코뚜레를 꿰어 잔솔가지 수천 개로 말뚝을 만들어 꽂고 거기에다 척척 매 놓는 것이다. 귀신 뺨칠 재주였다.
처녀 아버지가 생각하기를 저만한 재주를 가지고서 내 딸을 굶기기야 하겠나 싶어서 혼인을 허락하려고 했다.
그런 데 딸이 벼룩 코 꿴 것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더니
"이 많은 벼룩을 잡아다 코를 꿰는 재주는 놀랄 만하나, 맨 끝에서 두 번째 벼룩은 코를 꿰지 않고 목을 묶어 놓았으니 이런 흠 있는 재주를 가지고 어찌 저의 배필이 되겠습니까?"
이번에도 또 퇴짜다.
그러고 나니 찾아오는 총각이 없어.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나고 다섯 해가 지나도록 개미 새끼 하나 얼씬하지를 않자 처녀는 점점 나이를 먹어서, 이러다가는 시집도 못 가고 늙어 죽게 생겼단 말이 나왔다.
그래서 처녀가 제 발로 나서서 신랑감을 찾기로 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천생배필을 찾으리라 작정을 한 것이다.
신발을 바짝 조이고 여기저기 돌아다녀 봐도 쓸 만한 신랑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허탕을 치며 몇 해를 돌아다니다 보니 나이는 점점 더 많아지고, 이제는 정말 시집가기 다 글렀다는 절망에 빠져. 배필을 못 만날 봐에야 차라리 죽어 버리겠다며, 높은 산 천길 벼랑 위에서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날렸다. 그런데 뚝 떨어지고 나서 눈을 떠보니 처녀의 몸이 광주리 안에 들어가 있던 것이다.

살펴보니 산 밑에서 웬 총각이 그 광주리를 받쳐 들고 서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총각이 하는 말
"내가 벼랑 밑에서 나무를 하다 보니 벼랑 위에서 웬 사람이 몸을 날려 떨어지기에 얼른 대밭에 가서 낫으로 대를 베어 칼로 쪼개고 다듬어 댓살을 만들어 가로 세로로 엮어 대 광주리를 만들어 떨어지는 사람을 받았는데 그게 바로 당신이오.”라고 말했다.
처녀가 그 총각의 말 듣고서 이 사람이야말로 자신이 찾던 신랑감이라고 생각했다.
벼랑 위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걸 보고 그사이에 대를 잘라 쪼개고 다듬어 광주리를 만들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사람을 받아냈으니 이보다 더 용한 재주가 어디에 있겠는가?
이런 재주를 가진 사람이면 하늘이 내린 배필임에 틀림없다 생각하고 그 총각과 혼인을 했단다.
두 처녀, 총각은 결혼하여 아주 잘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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